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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9 이도연 기자 연합뉴스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200608163800005?input=1195m
제삼자가 본 한반도의 과거와 미래…영화 '백년의 기억'
'백년의 기억'
[전국예술영화관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19세기 말 외세의 침입부터 일제의 침략과 강점, 광복과 분단, 남과 북의 반목과 대립. 한반도는 지난 백 년 동안 숨 가쁘게 극적인 순간들을 역사책에 기록해왔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백년의 기억'은 여러 고위급 인사들의 인터뷰와 과거 영상 자료 등을 통해 한반도의 역사를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본 영화다.
영화는 "한국인들은 자신들을 지리적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징을 언급하며 시작한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과 한국전쟁 그리고 이후 70년 동안 남한과 북한이 걸어온 길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한다.
역사의 중요한 순간은 간단하게 언급되는, 한국 근현대사 개론 수준이며 이 영화가 전달하는 역사적 사실이 한국인 관객에게는 크게 새롭지 않다.
'백년의 기억'
[전국예술영화관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히려 한국 관객에게는 감독이 외국인이라서 유지할 수 있었던 기계적인 중립과 영화 속에 삽입된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인터뷰 영상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영화는 김일성 주석의 생가를 참배하는 북한 사람들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는 남한 사람들의 모습을 대칭적으로 놓고 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남한과 북한 출신 인물들의 인터뷰를 연속적으로 배치했다.
영화는 남한과 북한 중 어느 쪽의 의견이 옳은지에 대해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백년의 기억'
[전국예술영화관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치 판단 대신 화해와 통일에 대한 희망을 제시한다. 남한과 북한이 분단된 채 지낸 70년 동안 너무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동시에 너무도 같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내면서 평화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주제가 바뀔 때 태권도 시범 영상을 연출적 장치로 사용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특정 동작을 제외하고 남과 북이 공유하는 문화 중 하나인 태권도의 동작을 통해 남북한의 뿌리가 같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연출을 맡은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은 프랑스 출신으로 20년 넘게 한반도의 분단 문제에 집중해왔다. 이번 영화를 위해 북한 당국을 설득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고 한다. 덕분에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인터뷰가 영화에 충실히 담길 수 있었다.
dyl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6/09 06: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