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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Cultura 12월호] ‘메타꽃밭’ 동시간적 순회전 메타생태계를 위한 5개국 57인전관리자작성일 21-12-25 14:26






[쿨투라Cultura 12월호] ‘메타꽃밭’ 동시간적 순회전 메타생태계를 위한 5개국 57인전

 

심은록 (Sim Eunlog 전시기획, 동국대 겸임교수)

 

겨울의 문턱에, 아프리카, 남미, 등지의 꽃들이 한국에 모여들어 각양각색의 화려한 꽃밭을 만들고 있다. 열대지방에서 냉대동계건조기후(Dw)로 옮겨졌음에도 더할 나위없이 활짝 핀 꽃들은 국가간 식물검역도 필요 없고, 무엇보다 생태계 교란의 염려도 전혀 없다. 확장된 의미의 메타버스에 심겨질 영상작업이기 때문이다. 꽃들의 속삭임과 향기, 자라난 시간의 리듬과 공간의 울림까지 전달하기 위한 ‘메타꽃밭’ 전시(MetaFlowerbed, 기획 및 영상제작 심은록)가 지리산아트팜, 창원, 광주와 CGAM의 4곳에서 개최된다. 이 전시는 세네갈(39명, 99작품)을 주빈국가로, 페루 (7명, 14점), 아르헨티나 (4명, 12점), 미국 (1명, 10점), 한국 (6명, 27점), 등 총 57명의 162작품[1]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영상의 주요 소스가 되었던 십여 점의 세네갈 오리지널 회화작품과 태피스트리(tapestry)도 함께 전시된다. 

‘메타꽃밭’은 지리산 아트팜에서 지리산국제환경예술제2021(10.26-12.25, 이하 ‘JIIAF’)와 함께 시작된다. 예술농장인 ‘art farm’은 문자 그대로, 예술 묘목을 심고, 음악과 시(詩)의 씨를 뿌리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예술제, 콘서트, 교육, 작가 레지던스, 등 다양한 영양제와 빛을 제공한다. JIIAF의 총감독이자 대표 김성수는 “지리산아트팜[2]은 자연주의 지향 일상의 예술을 실천하는 곳으로, 이번 전시는 지리산 생명예술 시대를 맞아, 원시(原始) 감성과 생명예술의 새 시선으로 예술과 자연이 조화롭게 하나 되는 자연미학을 모색하고”, “세네갈 현대미술과 글로벌아트가 디지털로 연결된 융합미디어(META) 세상을 펼친다”고 강조한다. 시각적 감동뿐만 아니라, 청각적 감동을 주기 위한 ‘지리산 오르겔 국제음악회’(11월 20일)도 개최되어 대자연의 소리와 오르겔 연주가 어우러진다. 

시원(始原)의 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신성한 지리산인 아날로그 장소에 디지털이 접목되고, 생태계를 해치지 않고도 세네갈의 성스러운 나무인 바오밥이 지리산에 심겨진다. 역시 페루의 성스럽고 남미의 태양을 닮은 깐뚜따(cantuta) 꽃도, 아르헨티나의 신비를 품은 피토라카(Phytolacca dioica)도 만개한다. 초목들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 지역의 향기와 공기를 담아와 지리산 예술농장에서 활짝 피어난다. 지리산 산신인 마고할미의 기를 받아, 제 2창조인 메타세계가 탄생한다. 전시 ‘메타꽃밭’은 메타세계의 시공간적 관점에 대한 탐구를 우선으로 한다. 각 꽃(작품)들은 특정한 시공간, 기후, 생태계에서 피어난다. 메타버스에서도 주체와 객체를 규정하고 구성하는 시공간적 조건을 먼저 파악해야 세상을 볼 수 있는 관점을 가지게 되며, 그때 정체성도 형성된다. 현재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 현대미술이 현재를 문제화하는 것도 여기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10월 28일, ‘아트광주 21’(10.28-31, 감독 윤익)이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었다. 갤러리 부스 82개, 아트 광주 자체 기획전 부스 18개 등 100개 부스로 구성되었다[3]. 이 가운데, ‘미국, 세네갈, 아르헨티나, 페루’의 4개 부스에서 ‘메타꽃밭’ 전이 개최되었다. 같은 내용의 영상이지만, JIIAF 21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전시이다. 작품 배치와 각 전시장에는 offline으로 전시되는 실제 작업들(설치, 조각, 회화,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창원에서는 제3회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조직위원장 서익진, 집행위원장 하효선, http://www.espacerhizome.com)가 '노마드, 트랜스, 코스모폴리트'라는 주제로 10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경남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관인 씨네아트 리좀에서 개최되었다. 세네갈을 주빈국으로 삼아 세네갈 영화와 미술이 중점적으로 소개되었다. 총 29개국 52편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162점의 작품을 베이스로 만든 영상을 담은 전시 <창원@메타 꽃밭, 세네갈과 이웃나라>가 성산아트홀에서 있었다. 이 전시에는 한국의 데미안 허스트라고 불리는 유벅 작가가 초대되었다. 그의 작업은 멀리서 보면 평면 위에 동물, 식물, 풍경의 흐릿한 실루엣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그 실루엣은 수많은 벌레들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투명한 플라스틱 평면 위에 유인액을 동식물 모양으로 바르고, 한 밤중에 빛을 비추면, 향광성(向光性) 벌레들이 빛을 보고 날아들어 작가가 놓은 끈끈액 덫에 걸린다. 하루살이 생명체가 영원한 미술작품의 요소로 변신한다. 25세기 넘게 동일성과 절대 진리의 빛에 걸려들었던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일 수도, 잘못된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모니터의 빛일 수도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는 하찮고 추하며 아무 의미가 없는 하루살이나 곤충이지만, 자연생태계와 지구가 보존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생명체이다. 추하고 불편한 시각화를 통해서, 메타생태계에서도 간과될 수 없는 중요한 소소함을 상기시킨다.

아트팜의 오프라인 전시가 끝나는 12월 25일, CGAM(C Generation Art Museum C세대를 위한 미술관, 대표 에스더 김, www.c-gam.org)의 ‘메타버스 미술관’(Meta Art Museum)이 바통을 이어받아 상설전시로 개최된다. 메타버스의 광의적 의미에서, 협의적 의미의 메타전시로 진행될 예정이다.

JIIAF2021과 창원전시에는 마마두 게 파이(Mamadou Gueye Faye) 주한 세네갈 대사와 최동환 전 세네갈 주재 한국 대사 등이 참석했으며, 광주에는 Mbodj 공사가 참석했다. Niang 전 세네갈 국립미술관장과 Marieme Ba 다카르 베엔날레 사무총장도 방한할 예정이었으나, 이번에는 영상제작을 위해 세네갈의 유망,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번 순회전의 특징은 각 전시장소의 특성에 따라 재구성되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는 한 전시가 다른 곳으로 순회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동시에 개최되고, 따라서 영상을 제외한 실제 작품들, 배치, 등 모두 달랐다. 순회전이 시간차에 의해서가 아니라, 장소와 전시조건에 의해 달라지는 ‘동시적 순회전’이라는 메타전시의 새로운 스타일이다. ‘메타꽃밭’ 전시는, 또다른 꽃들을 모아서 내년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AI의 발전으로 미술의 종말이 다시 언급된다. 그러나, 사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도 미술의 종말이 거론되었으나, 오히려 더 다양한 미술의 가능성이 빅뱅처럼 터져 나왔다. 마찬가지로 AI와 구별된 인간의 창조력이 더욱더 발휘될 때다. 또한 IT 강국과 약소국 사이에 발생되는 디지털 차별화도 중요안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모든 것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있듯이, 우수한 ICT 인프라를 지닌 한국[4]의 예술관계자들은 이러한 차별화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시도한 것 역시 이번 전시의 개최 이유 중 하나이다. 세네갈이나 라틴아메리카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Covid-19가 아니더라도, 왕래가 쉽지않은 곳의 작가들과 서로 가능한 범위 내의 협업을 통해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통이 가능해 진다. IT 기술발전 덕분에, 기술적, 지리적, 경제적 등 다양한 이유로 전시를 할 수 없었던 작가들이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고, 전세계 관람객과도 만날 수 있다. 지리산 만의 독특한 시원(始原)의 기(氣)와 마고할미의 아우라도 투브칼 산(Toubkal)이나 킬리만자로 산(Mount Kilimanjaro) 만의 고유한 기운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메타꽃밭’展은 디지털 차별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미술평론도 지금까지는 언어로만 행해졌으나, 이미지, 움직임, 리듬과 음악, 이를 총제적으로 담은 영상으로도 가능하다는 시도를 한 첫 번째 전시이다. 

 

서구의 정원과 아시아의 꽃밭은 다른 의미와 기원을 지니고 있는데, 꽃밭이 동양적, 특히 무속적으로 해석될 때는 의미가 고유해지고 더욱 풍부해 진다. 무속에서 “꽃은 인간생명”이며, “꽃밭은 현상계를 위한 생명의 공간”이자 “비익신선(比翼神仙) 환생의 세상”이다.[5] 이러한 “생명의 공간”은, 메타 시대의 도래와 관련하여, 그동안 공리주의에 의해 강요되었던 소수자 희생에 대한 문제제기, AI 도덕성과 관련된 인간 존엄성, 실제 생태계와 메타생태계의 연관성, 기후 문제, 등을 포괄하고 있다. ‘생명의 공간’은 모든 종류의 생명에 대한 경외를 바탕으로 구축된다는 것을 ‘메타꽃밭’展은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