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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상실록 -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전관리자작성일 16-08-23 00:00


0상실록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전
[큐레이터]
심은록 (SIM Eun log)
장-루이 뿌와뜨뱅 (Jean-Louis Poitevin)

 
[참여작가]
정재규 (CHONG Jae Kyoo)
김형기 (Unzi KIM)
백정기(BAEK Jung Ki)
그자비에 루케치 (Xavier Lucchesi)
마르시알 베르디에 (Martial Verdier)
다프네 난 르 세르장 (Daphne Nan le Sergent)

 
[기간]
2016년 08월 23일 ~ 09월 13일

 
[장소]
창원 - 에스빠스 리좀(Espace Rhizome), 스페이스 맵(Space Map)
서울 - 쉼 박물관(Musee Shuim), 갤러리 팔레 드 서울(Gallery Palais Seoul), 갤러리 퐁 데 자르(Gallery Pont des Arts)
광주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부산 - 고려제강 수영공장

 
[주요 일정]
2016년 8월 23일 (화) : 서울 쉼 박물관 전시
​2016년 8월 24일 (수) :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비엔날레 특별전’과 ‘광주아트페어’ 오프닝
2016년 8월 27일 (토) : 창원 에스빠스리좀, 스페이스맵 전시 시작
2016년 8월 30일 (화) : 서울 갤러리 퐁데자르 전시 시작
2016년 8월 30일 (화) : 창원 에스빠스리좀, 사인회
2016년 8월 31일 (수) : 창원 에스빠스 리좀 전시 전체 오프닝(오후 7시)
2016년 9월 02일 (금) : 서울 갤러리 팔레 드 전시 시작
2016년 9월 09일 (금) : 서울 쉼 박물관 17시 컨퍼런스, 사인회 개최 후 19시 서울 전시 전체 오프닝


 
[전시 일정]
<창원>
▶ 에스빠스 리좀
· 일시 : 2016년 8월 27일(토) ~ 9월 12일(월)
· 오프닝 : 에스빠스 리좀 3층 l 2016. 08. 31.(수) 19시
· 개인전 : 정재규 / 에스빠스 리좀 3F
· 단체전 : 그자비에 루케치, 마르시알 베르디에, 다프네 난 르 세르장, 김형기, 백정기
                      / 에스빠스 리좀 B1 - 비디오, 에스빠스 리좀 3F - 사진
스페이스 맵
· 일시 : 2016년 8월 27일(토) ~ 9월 12일(월)
· 단체전 : 그자비에 루케치, 마르시알 베르디에, 다프네 난 르 세르장, 정재규, 김형기, 백정기

 
<서울>
▶ 쉼 박물관
· 일시 : 2016년 8월23일(화) ~ 9월 12일(월)
· 오프닝 : 쉼박물관 야외 가든 l 2016. 09. 09.(금) 19시
· 단체전 : 그자비에 루케치, 마르시알 베르디에, 다프네 난 르 세르장,정재규, 김형기,백정기
▶ 갤러리 팔레 드 서울
· 일시 : 2016년 9월2일(금) ~ 9월 12일(월)
· 3인전 : 정재규, 마르시알 베르디에, 김형기
▶ 갤러리 퐁 데 자르
· 일시 : 2016년 8월30일(화) ~ 9월 12일(월)
· 3인전 : 그자비에 루케치, 다프네 난 르 세르장, 백정기​

 
<광주>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오프닝 :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ㅣ 2016.08.24(수) 17시
▷광주비엔날레특별전
· 일시 : 2016.08.24(수) ~ 11.06(일)
· 단체전 : 그자비에 루케치, 마르시알 베르디에, 다프네 난 르 세르장, 정재규, 김형기, 백정기 등 35명
▷제7회 광주 국제아트페어
· 일시 : 2016.08.24(수) ~ 08.28(일)
· 단체전 : [빌라데자르 부스] 그자비에 루케치, 마르시알 베르디에, 다프네 난 르 세르장, 정재규, 김형기, 백정기

 
<부산>
· 오프닝 : 부산시립미술관 ㅣ 2016.09.03(토)
▶ 고려제강 수영공장
▷ 2016 부산비엔날레
· 일시 : 2016.09.03(토) ~ 11.30(수)
· 그자비에 루케치 참가


 
[컨퍼런스]
제목 : ‘0상실록’
강사 : 심은록(큐레이터), 그자비에 루케치(작가), 김형기(작가), 마르시알 베르디에(작가)
일시 : 2016. 09. 02(화) 17시
장소 : 쉼박물관(서울) 본관
주최 · 주관 : ACC프로젝트, 쉼박물관, 갤러리 팔레 드서울, 갤러리 퐁 데 자르, 스페이스맵,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BK21+사업단


 
[포럼]
제목 : ‘도시힐링과 예술의 교차’
발표 : 심은록(큐레이터), 서익진(경남대 교수), 하효선(아트디렉터), 장-루이 뿌와뜨뱅(큐레이터), 정재규, 그자비에 루케치(작가), 김형기, 마르시알 베르디에(작가), 백정기, 다프네 난 르 세르장 (작가)
일시 : 2016년 8월 30일(화) 17시
장소 : 에스빠스리좀 B1
주최ㆍ주관 : 경남대 LINC사업단 도시힐링센터, ACC프로젝트, 스페이스맵


 
[심은록 출판 사인회]
<대담집>
『양의의 예술, 이우환과의 대화 그리고 산책』 (현대문학, 2014)
『사람에 대한 환원적 호기심, 서용선과의 대화』 (교육과학사, 2016)
​<동화책>
『예술아, 어디에 있니 ? 』 (그림 다니엘 뷔렌),
『내 머리 속의 섬』, (그림 장-미셀 오토니엘)
​<미술비평집>
『장-미셀 오토니엘, 나비왕자의 새벽작전』 (ACC 프로젝트, 2011)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가 10,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가 ? 마르틴 키펜베르거, 마우리치오 카텔란, 장 미셸 바스키아, 데이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리처드 프린스, 피터 도이그, 애니시 카푸어, 천이페이, 쩡판즈』. (아트북스, 2013)
· 사인회 장소 및 시간
▶창원 - 2016년 8월 30일(화) 오후 5시~ 에스빠스 리좀
▶서울 - 2016년 9월 09일(금) 오후 5시~ 쉼 박물관


 
[주관·주최·후원]
▶한국주관
ACC(Art & Cinema Communication) 프로젝트
▶한국 공동 주최
에스빠스 리좀(Espace Rhizome), 스페이스 맵(Space Map), 쉼 박물관(Musee Shuim)
갤러리 팔레 드 서울(Gallery Palais Seoul), 갤러리 퐁 데 자르(Gallery Pont des Arts)
▶특별참여
2016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 제7회 광주 국제 아트페어, 2016 부산 비엔날레, 경남대 LINC사업단
▶한국 - 프랑스 공동 후원
꼬레 - 프랑스 2016,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주한 프랑스 대사관, 엥스티튜 프랑세, 해외문화홍보원,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 후원
창원문화재단, 창원상공회의소, 화영철강주식회사, 중앙대학교첨단영상대학 BK21+사업단
▶프랑스 주관주최
La Ville a des Arts(라빌라데자르)
▶프랑스 후원
프랑스 문화통신부, 파리시, 파리 18구, TK-21 la revue




 
'0상실록' 기획에 부처
서양이 이성과 유목민적 성격을, 동양이 감성과 정착민적 성격을 상대적으로 더강하게 띠고 있다는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한국과 프랑스양국을 살펴볼수록 두 문화간의 상호 보완성과 매력적인 요소가 도처에서 두드러진다. 이번 공상실록에 참여하는 기획자와 예술인 모두 프랑스와 한국에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고, 전시장 역시 그러하다는 점에서 “하늘의 마법사”와 “0상실록”은 상호간의 매력적 요소가 이어진 것이다.
파리 전시를 “하늘의 마법사”로, 한국의 세 도시에서의 전시를 “0상실록”으로 명명한 것은 시간적 연계를 지층으로 쌓아 실체를 부여코자 하는 의도이다. 영상과 사진으로 보는 이미지는 마법인 동시에 언어체계를 능가하는 실록이 될 것이다. 그것은 언어 너머의 존재와 세계에 실체를 부여하는 것, 즉 작가들이 ‘육체적 영혼’(Corporel Esprit), 시간의 물체화(Matérialisation du temps) 혹은 ‘용해’(Dissolution)라고 표현하는 일련의 작업이다.
‘마법’과 ‘0상’이 전시를 구현하는 제반 작업과 함께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지각(영감을 포함한) 영역을 넓혀 ‘마법’과 ‘0상’을 일상 속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중(multi-)과 다축(pluri-)의 구성적 차이를 이해함과 동시에 다양성(diversité)을 수용하고, 자연스레 경계 허물기로 나아간다. 경계 허물기는 곧 위계 흔들기로서 기존의 장과 구성을 해체하면서 나타난다. 전시는 파리에서 건너와 창원, 서울, 광주, 부산 등지에서 개최되지만 그 플랜은 동일하다. 여기서 우리가 구현코자 하는 다양성은 전시 장소의 다양화(네 개의 도시와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영화관 등)와 전시 방식의 다양화(전통적인 전시, [어떻게든 붙여야 함] 상영, 비엔날레, 아트마켓 등)를 통해 효과적으로 실현된다. ‘0상실록’의 집행센터를 서울이 아니라 창원으로 정한 것, 이 작업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에 따라 전시 장소를 정한 것 등이 본 작업의 비상업성과 수도권-지방의 위계의 무시를 잘 보여준다. 더욱이 예술영화전용관을 전시장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은 미술과 영화 간의 영역 해체를 시도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큐레이터 심은록의 전시 기획을 중심으로 프랑스 전시와 같이 그자비에 루케치, 마르시알 베르디에, 다프네 난 르 세르장, 정재규, 김형기, 백정기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참가 단체와 기관은 파리의 빌라데자르, 창원의 ACC프로젝트, 에스빠스 리좀, 스페이스 맵, 경남대학교 LINC사업단(도시힐링센터)과 서울의 쉼박물관, 갤러리 팔레 드 서울, 갤러리 뽕 데 자르,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BK21+사업단 등이다. 그리고 올해, 2016년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과 광주아트마켓, 그리고 2016부산비엔날레에 우리 작가들이 단체 또는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참여하는 모든 작가와 갤러리가 모두 ‘0상실록’의 주체들이다.
​전시의 실현이라는 본질적 일에 비해 지원 관련 서류 작성 등 무겁고 귀찮은 여러 부수적인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은 한국이나 프랑스나 마찬가지 현실인 것 같다. 이에 적절히 대처하고자 우리는 가장 컴팩트한 조직, 소통의 일원화, 전문성 중심의 분업을 구성하고, 본 전시와 부대 행사를 꾸리기로 했다. 동시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협업을 통해 모든 참가자가 내내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을 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고, 한-불 간, 창작-행정처리 간, 지방-수도 간 여러 차원에서의 균형을 이루어냄으로써 국제 문화예술 교류의 이상적인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총책임자 서익진 (ACC프로젝트 대표)
총괄기획자 하효선 (에스빠스 리좀 대표)
 






전시 큐레이터

심은록 (SIM Eunlog)

‘0상실록’
'0상실록(實錄)' (Annales de O-sang)은 정재규, 마르시알 베르디에, 김형기, 그자비에 루케치, 백정기, 다프네 난 르 세르쟝 작가들이 펼치는 ‘0상’[공상, 영상]에 대한 기록[전시]이다. 이 6 명의 작가는 불과 3, 4개월 전에 파리에서 ‘하늘의 마법사들’[Magiciens du Ciel, 빌라데자르 갤러리, 2016.5.17-6.4]로 활동했다. 프랑스의 하늘에서, 신체 내부, 우주 공간,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 유와 무가 엮인 공간 등지에서 예술을 통해 마음껏 마술봉을 휘둘렀던 이들은, 이제 그 경험을 한국에서 ‘실록’으로 남기며, '0상실록’을 편찬한다. ‘실록’은 실제의 사건을 기록하는 방식으로만 알고 있기에, ‘0상실록’이란 표현 자체가 ‘카바레 볼테르’(‘다다이즘’이 발생한 장소)에서 '카바레'와 '볼테르'의 조합만큼이나 모순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이나 특히 한 나라의 건국사를 보면, 역사적 사건들 사이사이에 공상과 상상이 끼어드는 경우를 보게 된다. 공상인 것 같지만, 그 시대 그 장소를 사는 사람들의 감성적이며 감각적인 것, 미래의 희망이나 망상이 묘사되곤 한다. 19세기 전반에 프랑스에서 등장한 아날학파는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심리적 정황, 감성, 0상도 역사에 포함될 수 있다고 봄으로써 그 지평을 넓혔다.
‘0상실록’의 ‘0상’은 일반적인 의미의 공상(空想,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생각함)이기도 하며, 조어적 의미로 ‘공간’이나 비움(空 vide)에 대한 이미지(像 image)이기도 하다. 특히 아무런 편견 없이 ‘0’(零 zero)에서부터 생각하자는 의미이다. 이제 각각의 작가들이 어떻게 그들의 '0상'을 실록[작품]으로 펼치는지 살펴보자.
 
 
심은록

SIM Eunlo
g 미술비평가, 감리교신학대학교 객원교수, 큐레이터
www.simeunlog.com
 
전시 기획
· 제11회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 ‘0상 공화국’, 2016.
· 제7회 광주 국제 아트페어 국제 파트, 2016.
· 유네스코 70주년 기념전시, <제3의 현실, 왕두와 한홍수>, 파리 유네스코 초대전, 2015.
· 130주년 한불수교 기념 및 50주년 파리 ‘국제예술공동체’(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소나무의 <감각교류>전, 파리 ‘국제예술공동체’, 2015.
· 소나무, <나는 타자가 아프다>, 파리 ‘국제예술공동체’, 2014. 등.

연구 경력
2015 - : 감리교신학대학교 객원교수
2008 – 2010 :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 CNRS)의 CEIFR (Centre d’études interdisciplinaires des faits religieux [UMR CNRS 8034]) 연구원
2008 – 2009 : 프랑스 파리 고등사회과학원(EHESS) 박사후과정 연구원 (chercheuse post-doctorale)
2008년 7월 : 프랑스 파리 고등사회과학원(EHESS)에서 «Cinq sens et vérité utile»(불어 논문 : «오감과 유용한 진리 »)로 ‘철학 및 인문과학 박사 doctorat de philosophie et sciences sociales’
 
저서
『사람에 대한 환원적 호기심, 서용선과의 대화』, 교육과학사, 2016.
『예술아, 어디에 있니 ? Où se situe l’art ?』(그림 다니엘 뷔렌, 글 심은록), 파주 : 재미마주, 2015.
『양의의 예술, 이우환과의 대화 그리고 산책』, 서울 : 현대문학, 2014.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가 10,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가? [Why them?], 마르틴 키펜베르거, 마우리치오 카텔란, 장 미셸 바스키아, 데이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리처드 프린스, 피터 도이그, 애니시 카푸어, 천이페이, 쩡판즈』, 파주 : 아트북스, 2013.
Daniel Buren, Marc Sanchez, Sim Eunlog et al. Daniel Buren Les Écrits 1965-2012 (Participation/ Volume 2 : 1996-2012), Paris : Flammarion, Centre national des arts plastiques, 2013.
『내 머리 속의 섬』, (그림 오토니엘, 글 심은록), 파주 : 재미마주, 2012.
『나비왕자의 새벽작전』, 장-미셀 오토니엘 Jean-Michel Othoniel, 마산 : ACC프로젝트, 2011. 등.
 





장-루이 뿌와뜨뱅

보편적인 마법! 
공백(空白) 예찬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전시 기획자로서 심은록과 나는 ‘재현(représentation)’의 가장 현대적인 형태에 대해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한국과 프랑스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연계시키는 시도를 했다. 그들은 그자비에 루케치, 마르시알 베르디에, 다프네 난 르 세르장, 정재규, 김형기, 백정기 등이다.
‘재현’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형태나 주제 또는 폭넓게 열거되는 조형 요소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시적인 것에 붙어 떠나지 않는 침묵의 주머니를 파헤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침묵은 형태들의 모태이자 그 표현력의 원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여기서 ‘침묵’은 강렬한 상호교류가 일어나는 민감한 영역을 가리키며, 그 형태들은 가시적인 표현이다.
현실에서 보이는 것과 영상 매체가 제공하는 모사체는 신체와 그것이 거울에 비친 이미지처럼 서로 대치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둘은 하나의 공동 표면의 양면에서 신호를 방출하는 것으로 마치 등과 등이 연결되어 결코 서로를 볼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러한 양자의 분리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연결시키며 심장, 육체 및 모든 표상의 그림자 부분을 동시에 형성하는 양자의 간격(틈) 속에 있던 것들을 모으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예술가들이 꾸준히 계속해온 작업이다.
 
반물질(反物質)
이 ‘마법사’들이 헤쳐가고 있는 하늘은 숨은 신이 은둔하고 있는 영역이 아니라 모든 가시적인 것이 서로 얽히면서 나타나는 비결정적인 장소이다. 이 하늘은 빛의 유희, 투명성, 절단과 벌려 놓기, 점점이 흩어져 있는 잿빛 하늘의 구름 또는 디지털 매체를 통한 육체의 애매모호한 형상 등을 통해 형태를 취하거나 또는 적어도 표현되고자 하는, 은유적인 ‘반물질’의 왕국이다.
혼란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규제된 우리의 끊임없는 신경 활동의 반향으로서 이 하늘의 순간들은 우리로 하여금 가시적인 것의 근원으로 데려다준다.
여기서 하늘이란 먹구름이거나 구름, 물이거나 우유, 틈이거나 벌어짐, 절단이거나 봉합, 투명이거나 불투명 등등이다. 각 작품은 표상의 드러나지 않은 핵심과 그 미확정의 부분을 동시에 형성하는 이러한 간극들을 지각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순간적으로만 존재하는 이미지의 마법이 아니다. 끈질기게 시선을 붙잡는 것은 다름 아닌 ‘실재’하는 것 또는 실재하는 것으로 믿는 것에 관한 우리의 확신을 흔들리게 만드는 몽환극이다.
 그러나 이미지의 제작자라면 누구나 가질 것으로 가정되는 강박관념을 지칭하는 ‘실재’는 매개 없는 지각처럼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눈’이라는 저항을 갈망하는 이 상어의 이빨이 부서지게 만들 그런 것도 아니다.
 ‘실재’란 우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세상의 형태, 우주의 무모순성과 물체의 정합성에 대해 그리고 사고들의 가정된 통일성과 ‘약혼자’의 현실에 대해서도 확실성이 창출하는 입장들(postures) 간의 격차들의 변동에서 스스로 지각하는 것이다. 이 확실성은 신뢰와 더불어 반향을 일으키며 불신과 더불어 폭발한다.
 이처럼 이 작품들은 실재를 포착하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에 이를 수 있는 정확한 행로가 마법과 이미지 사이에서 그리고 하늘과 침묵 사이에서 그려야 하는 길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또한 눈에 보이는 것, 각 이미지가 가진 절대성과 비결정성의 인정에서 태어나는 것 그리고 이 작품들이 왜 창작되었는지 그 진정한 목적에 해당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신뢰할 수 있게 된다. (번역, 정재규)



 장-루이 뿌와뜨뱅
 
Jean-Louis POITEVIN 작가, 예술비평가, 큐레이터
www.tk-21.com


철학박사인 뿌와뜨뱅은 현대 예술과 문학에 관한 많은 책과 논문을 썼다. 그는 픽션과 소설도 쓴다. 1998-2004년에 그는 슈트가르트와 인스부르크 소재 프랑스연구소의 문화담당과 디렉터를 역임했다.
최근 그는 프랑스와 해외, 특히 한국에서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한국은 10년 전부터 매년 방문하고 있으며, 한국인 예술가에 관한 많은 논문을 썼다. 그는 2005년부터 이미지와 후기 역사에 관한 개인교습을 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잡지 “TK-21 라흐뷔”를 창간했다.
 
최근 저서
“혼돈과 폭발”, 프랑스국립도서관, 2001. 사진 J.-C. 발로.
“이 불, 괴물들”, 레 프레스 뒤 레엘, 2002.
“관점의 박물관”, 에디시옹 드 뢰이여.
“장-다니엘 베르클라즈의 작품에 관한 시론”, 파리, 2006.
“이름 없는 밤들”, 소설, 에디시옹 라 뮈사르딘느, 파리, 2008.
“부메랑, 예술적 모험에 관한 시론”, 에디시옹 아르시북, 파리, 2009.
“바스티유의 천재, 집단적 예술 모험”, 에디시옹 파리마진느, 2012.
“방투란 이름 이야기”, 에디시옹 반노, 2012.
“부차적인 기하학 : 조각가 니콜라스 산헤스의 작품에 관한 시론”, 에디시옹 아르시북, 파리, 2015.





 

참여 작가

정재규
[
조형사진작가 사진] CHONG Jae Kyoo
http://www.chongjaekyoo.com/


작업노트
나의 주요 작업 소재는 사진이며, 나의 꿈은 사진을 바탕으로 전개될 수 있는 새로운 시지각 조형 장르를 만드는 것이. 가 추구하는 조형사진의 목표는 사건과 사물 대상의 재현, 지시 기능에 국한된 사진 이미지의 영역을 벗어나서 새로운 지각 대상으로서의 사진적 체험을 하는 데 있다. 즉 기계적 이미지인 사진 이미지의 유용성이나 문학적 상상성보다 그 지각성을 열고자 하기에 전달 메시지보다는 사진 이미지의 시공간 구조의 지각화를 위한 나만의 독특한 조작이 우선시된다. 사진의 한 부분을 절단하여 위치를 변경하거나, 사진을 5~10mm의 폭으로 길게 잘라서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하는 절단 기법, 또는 사진과 포장지를 동일하게 5~10mm의 폭으로 잘라서 직조하는 올짜기 기법, 2cm 굵기의 나무 막대기의 삼 면(정면과 좌우 두 측면)에 막대기 폭과 동일한 2cm 간격으로 자른 사진 이미지를 부착하는 릴리에프(Relief, 부조) 기법 등을 통해 사진의 본래 이미지를 해체하고 변형시켜서 지각으로서의 사진 언어를 새로이 구축한다. 그리하여 나는 기계적 이미지들의 극단적인 이용 및 실리주의와 대칭되는 미학적이며, 지각적인 위상을 찾아서 조형사진 언어를 통한 인간과 세계 사이의 균형을 찾고자 한다.


 
비평글
정재규, 이미지와 여백, 유와 무, 과거와 미래를 엮기
정재규 작가는 길고 잘게 자른 사진을 날실로 삼고, 역시 같은 크기로 잘게 자른 공예지를 씨실 삼아 베를 짜듯 작품을 엮는다. 기존의 이미지[사진]와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공예지가 함께 엮임으로써 이미지 안에 여백 혹은 공간이 의도적으로 개입된다. 그럼으로써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미지조차 낯설음을 유발하고, 그만큼 관람객에게 생각할 여지와 작품 속의 상상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또한 자아를 에포케(Épochè 괄호치기, 판단중지, 유보) 함으로써 그 자리를 비워 타자에게 내어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피카소 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호인 ‘텔레라마’ 특집호에 실린 인쇄 사진 이미지들과 공예지를 교차시킨다. 이처럼 이미 고착된 이미지에 빈 공간을 사이사이 끼워둠으로써 미래의 누군가[타자]와 대화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는다. 작가는 공간과 시간을 엮고, 이미지[사진]와 여백[공예지], 유와 무, 이미 찍힌 과거와 앞으로 찍힐 미래를 엮어낸다. (심은록)



1. 정재규,  «피카소/텔레라마-1», 40 x 30cm, 사진/종이, 절단기법, 2015


2. 정재규,  «피카소/텔레라마-2», 40 x 30cm, 사진/포장지, 올짜기기법, 2015




3. 정재규,  «피카소/텔레라마-3», 60 x 50cm, 사진/종이, 절단기법, 2015



4. 정재,  «카소/텔레라마-4», 100 x 700cm, 사진/종이, 올짜기기법, 2015
 




그자비에 루케치
[
사진] Xavier Lucchesi
http://wwwx-lucchesi.com/

 

비평글
사진의 출발점은 사물의 비투과성과 빛을 반사시키는 능력이다
. 그자비에 루케치는 ... 15년 전 예술가의 표현 매체로 카메라 없이 이미지만 가지고 작업하기로 결정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는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는 다른 장치를 가지고 작업하기로 했는데, 이 경우 당연히 다른 종류의 이미지가 될 것이다. 그는 엑스선과 가장 효율적인 스캐너를 사용함으로써 통상 이미지 창출과 연결되지 않는 제스처를 통해 이미지를 창출한다. 이 제스처는 사물을 관통해가는 제스처이다.
그자비에 루케치의 작업은 서로를 격퇴하는 심지어는 배제시키는 두 개의 극(장대) 간의 긴장 상태에 놓인다. 그러나 그로써 정신(프시케)에서 그것들의 수렴 가능성이 드러난다. 그것은 기억(memory)에 관한 것이며, 우리 자신과 역사 둘 다에서 예상되지/의심되지 않았던 기억 계층들을 열어젖힌다. 사물을 관통하는 것은 기술적 및 정신적 제스처로서 망각과 현재의 시간을 동일한 수준에 놓아주며 이 양자가 서로를 밝혀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루이 뿌와뜨뱅, 예술비평, 2009, 파리
)

 
그자비에 루케치, 몸 속의 우주 풍경화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작품을 볼 때 더 깊은 감동을 느낄 때가 있다. 선입견 없이 그자비에 루케치의 영상을 보면 우주 혹은 지구와는 다른 시공간 시스템을 가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하다. 실제로는 인체의 내부를 보여주는 영상이지만 루케치가 말하듯이 “[인체] 내부(內部) 풍경화”로, 마치 몸속에 우주가 담겨있는 듯 신비롭다. 대우주와 소우주(大宇宙 與 小宇宙, macrocosm and microcosm)에서 같은 양식이 재생산된다고 여기는 신플라톤주의적 발상 구조를 근대주의의 망상으로 여겨왔던 필자도 루케치 작가의 영상 앞에서는 멈칫하며 재고하게 된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 “내부(內部)의 [예술적] 풍경화”를 작가는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 엑스레이 영상처럼 내부의 골격을 보여주거나 혹은 몸속의 에너지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 몸속의 우주[microcosm]를 모르고 겉모습만 봐왔듯이, 문득 우리는 그 반대로 ‘우주의 내부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0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다.
그자비에 루케치는 엑스레이 또는 메디컬 스캐너를 사용해 작업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평상시 보는 엑스레이 사진과는 전혀 다르다. 일반 사진에는 작가의 감성이 아니라 과학의 객관성만 담겨 있기에, 그 사진이 우리 자신을 찍은 것이라 할지라도 죽은 오브제로 느낀다. 그런데 그자비에 루케치의 작품에서는 우리도 몰랐던 신체 내 예술적 풍경에 오묘함을 느끼거나 너무 적나라하게 살아있는 것 같아 혐오를 느끼거나 혹은 그 작은 몸속에 우주가 담겨 있는듯한 숭고함을 새삼스레 느낄 수도 있다. (심은록)




Xavier Lucchesi, «C-Roizaro», 2006, Radiographie de la sculpture de Picasso «arrosoir», 
Musèe Picasso, Paris, 100x120cm, N°1/4   



Xavier Lucchesi, «C-Tebé», 2006, Radiographie de la sculpture de Picasso « chèvre »,
Musée Picasso, Paris, 100 x 120 cm N°1/4


Xavier Lucchesi, «Zalimano», 2015, D'après la radiographie de la peinture de Leonard de Vinci « Mona Lisa »,
Musée du Louvre, Paris, 100 x 120 cm N°1/4


Xavier Lucchesi, «Pouce», 2007, Medical scanner,
60 x 60 cm N°1/4


Xavier Lucchesi, «Cluseret», 2007, D'après la radiographie de Gustave Courbet «Général Cluseret »,
Musée d'Orsay, Paris, 100 x 120 cm N°1/4


Xavier Lucchesi, «Xavier M», 2015
Medical scanner, 60 x 60 cm N°1/8






김형기
[미디어아티스트] unzi KIM
www.unzi.net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상학과 예술공학 교수


비평글
주로 인물이 가지는 시간성이 함축된 인간성은 개개인마다 묘한 차이가 있다. 거의 다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극렬한 감정이나 괴로움을 거쳐 정화되고 남은 아문 표정이 겹쳐져 있다. 스푸마토 기법의 과거가 켜켜이 쌓여 있는 인물은 그 실존이 명작이다.
그 실존에 감화되어 그 어떠한 표정 그 어떠한 움직임 모두 소중하여 쓸어 담아 재현하고 싶은 욕망이다. 그러나 리얼하게 마치 그 존재의 재생이 실제처럼 보여지길 소망한다. 그래서 “Be-ing_Space”는 4개의 LCD화면을 세로로 조합하여 프로젝션이 없는 조형물을 만들었다. 우유를 섞은 수조 안에 있는 모델의 움직임을 밖에서 촬영한 것이라서 비교적 컬러풀한 영상이 가능하였다. 또한 물의 물성이 주는 부드러움과 행동의 유연성이 잘 표현되도록 영상을 슬로우로 재생하였다. 너무 소중해서 꼼꼼히 천천히 보아야 다 보이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삼각기둥의 구조인 “Pale White"는 사각(死角)이 없는 OLED 화면을 세로로 결합하여 주위를 돌아보며 감상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무용수인 모델이 공간 향유를 상징하는 움직임을 하고 있어서, 두 면에서 동시에 동기화되는 몸짓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기표이자 기의로서의 몸은 정신을 표방한다.

 
김형기, 예술을 통한 존재의 ‘탈-망각’[탈은폐]
4대의 카메라로 수조의 4면을 동시에 촬영한 후 4면의 LCD를 이용하여 디스플레이를 구성한 비디오 작품(Be-ing_Space, 2012), 마찬가지 방법으로 3면의 OLED 디스플레이를 프리즘처럼 연결한 작품 <Pale White>, 3D 프로젝션 맵핑 (3D Projection Mapping) 등 영상 작품을 통해 김형기 작가는 자신의 말처럼 “존재에 대한 사유를 비춰볼 수 있는 길고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 한다. 작가의 이러한 사유는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 망각’을 상기시키며, 예술을 통해 이 망각에서 벗어나 근원적인 존재의 체험을 상기시키려는 철학적이며 시(詩)적인 노력과 접목된다. 사진이 출현한 이후 예술은 ‘실제와 얼마나 근접하는가, 진리와 얼마나 가까운가’[재현, 유사의 진리]가 아니라 ‘그것이 발생하게 된 시공간적 환경은 어떠하며, 본질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이처럼 김형기의 영상 작품은 '존재자'에 대해서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현시(現示)로서의 진리를 찾고 있다. 관람객은 주어진 작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공간적 상황에서 자신의 현존과 적극적인 행위를 통해 작품을 완성시키고, 이를 통해 진리가 개시(開示) 되게 한다. (심은록)


[Deep Blur], unzi, 2012 (print 2016) Lenticular, 55x55cm


[Be-ing_Space], unzi 2012, Video installation, 4 LCD Screen, Computer, Metal Structure 4 Channel videos; 7’49“ (repeat, synchro)
세로(L) 80 ⨉가로(W) 80 ⨉높이(H) 180 cm

 
 
[Be-ing_Space], unzi 2012, (detail) one Face (55 inch screen) of 4 Channel videos; 7’49“ (repeat, synchro)


[Echo-Ego], unzi, 2002,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opposite mirrorduration ; 2’40“ (repeat)



[Trinity], unzi 2015, 3 Channel videos; (triangle 80x80x80cm) x 높이 180cm






마르시알 베르디에
[
사진] Martial Verdier
www.verdier-fr.com

비평글
마르시알 베르디에의 작업은 무엇보다 사진 이미지의 대표적인 차원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든 이미지는 – 비록 항상 인지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 사진의 살아있는 심장을 형성하는 다음과 같은 모순을 전제하고 있다. 촬영하는 시점에 카메라에 의해 포착되는 것은 그것이 이미지로 되는 순간 과거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관찰자에 대한 작용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용해란 제스처는 이러한 모순조차 이미지 속에서 감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마르시알 베르디에의 작품들은 그 제작 과정 중에 모티브의 용해를 시도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사진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하는 캘러타이프 기법을 사용하는데, 이 기법은 재생 가능한 하나의 네거티브의 생산이란 특징을 갖는다. 오늘날 이 기법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것이 작가가 사진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오늘날의 기법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진 이미지가 갖는 ‘증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데 있다. (장-루이 뿌와뜨뱅)

 
마르시알 베르디에, ‘사이’(between) 속으로 스며드는 삶
베르디에는 그리스어로 ‘아름다운 형태’라는 뜻을 가진 ‘칼로타입’(calotype)으로 작품을 한다. 칼로타입은 1841년 영국의 탈보트(William Henry Fox Talbot)가 발명한 사진술이다. 칼로타입은 과정이 길고 화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 반면 한 장의 네거티브로 여러 장의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작가는 화질이 떨어지는 단점을 역으로 이용하여 독특한 작품 세계로 승화시킨다. 이는 마치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저렴하게 인쇄되는 제판 과정에서 발생되는 '벤데이 망점(Ben-day dot) 효과'를 두드러지게 함으로써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은 것과 같다.
베르디에는 이처럼 완벽하지 않은 투박함에서 비롯되는 아련하고 시원적인 느낌을 제공함과 동시에 모호하며 경계가 불분명한 포스트모던한 현대 세계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작품은 현대와 시원 ‘사이’를, 사진과 회화 ‘사이’를, 구상과 추상 ‘사이’를 오간다. 이러한 ‘사이’를 오가며, 근대의 명료함과 완벽함을 극복하고, 동시에 대답을 기대할 수 없는 [혹은 대답이 존재하지 않는] 시원적 질문에 관심을 갖게 한다. 근대 이후에는 명료하고 완벽한 것이 미의 가치였다면, 현재는 다소 느리고 어정쩡하고 모호한 것도 ‘아름다운 형태’(calotype)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예술의 폭이 넓어졌음을 작가는 보여준다. (심은록)
 

Martial Verdier, «Furore», Amalfi, Italie, 2015
sténopé et téléphone (pinhole and cell phone) impression encre pigmentaire sur papier, 30 x 30 cm



Martial Verdier, «Bouillon, Ardennes», 2015, sténopé trichrome,
impression encre pigmentaire sur papier, ± 50 x 60 cm


Martial Verdier, «Saint-Jacut de la mer», 2014, sténopé Technicolor,
impression encre pigmentaire sur papier, 60 x 60 cm


Martial Verdier, «Arbre rouge, route de la Porte Jaune», 2008, Calotype assisté(assisted Calotype),
impression encre pigmentaire sur papier, 40 x 50 cm


Martial Verdier, «Ssayan, Tarot Sauvage» 2012, Calotype assistè (assisted Calotype), 
impression encre pigmentaire sur papier, 50x60cm


Martial Verdier, «Marie-Laure, Rrose Semoy», 2015, Technicolor,
impression encre pigmentaire sur papier, ± 40 x 60 cm








백정기
[
비디오] Baek Jung ki
Website: http://baekjungki.com


작가노트
선릉역은 아침마다 출근길 인파로 수선스럽다. 특히 계단을 좁게 빠져 나온 사람들이 지하철역 입구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와 장관을 연출한다. 이런 풍경은 도시가 있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다. 출근길 인파는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실 인간성이라는 것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인간성뿐만 아니다. 자유의지와 전혀 상관없는 몸뚱이가 질량(mass) 운동을 위해서 팔다리를 흔들다가 멀리 사라져 버린다. 그렇다고 여기에 비관적인 감상이 들지는 않는다. 어쩌면 비인간적인 인간상은 이미 자연스럽고 익숙한 현상이다. 인간적인 진보, 이성, 도덕, 자유의지처럼 추상적인 가치야말로 간헐적으로 인간의 그림자 위에 떠오르는 환상일지 모른다. 이 환상은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신화를 만들고 인간을 세상의 중심으로 사고하게 만든다.
<palimpsests> 리즈는 도시에 존재하는 사람이 지워진 풍경을 보여준다. 작품 속 인간은 몸의 경계조차 분명하지 않다. 그래도 작품 속 세상은 평화롭다. 사랑도 원한도 과한 의지도 없이 누구나 자연의 법칙대로 흘러간다. 인류의 종국적인 목표를 단정하는 사람들은 무기력하고 비관적으로 보이겠지만, 실은 인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일지 모른다.


비평글
백정기, 흔적 같은 존재
중세 시대에 책은 양이나 염소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로 쓰여졌기에 매우 비쌌다. 그래서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글은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글을 적었지만, 먼저 존재했던 글의 자국이 남게 되는데, 이를 ‘Palimpsests’라고 한다. 이것은 백정기 작가가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연작 제목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도시의 시공간은 양피지가 되고, 구름 같은 군중들인 “clowd”[구름cloud과 군중crowd을 결합한 합성어로 편집에 의해 흩어진 사람들을 명명하기 위해 작가가 만든 조어]의 글이 쓰여진다. 한 세대가 와서 글을 쓴 후 다른 세대가 와서 이 글을 지우고 그 흔적 위에 다른 글을 쓴다. 작가는 출퇴근하는 군중의 모습을 “자유의지와 이성과는 상관없이 몸뚱이가 질량(mass) 운동을 위해 팔다리를 흔들다가 멀리 사라져 버리는 모습”으로 재현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과한 감정적 소모나 쓸데없는 의욕을 허비하지 않고 “자연의 법칙대로 흘러가는 것”으로 본다. 이는 서구 철학에 기반한 25세기에 걸친 목적론적 자세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10대나 20대에게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라고 하면서 억지로 야망을 손에 쥐어 주고자 하지만 그들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한다. 작가의 예술은 이처럼 허무하게 허물어지는 'n포 세대'의 비관을 지양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얄팍하고 눈치 빠르게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근시안처럼 과잉적이고 과대망상적인 것을 자제하고, 좀 더 큰 관점에서 곧 지워질 글자이지만 지워지기 전까지는 의미를 함유하고 있는, 그러한 글자들이 서로 어울려 문맥을 완성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심은록)




백정기 «효창공원 앞 역», 비디오, 3분 58초, 2013


백정기 «The Palimpsests of The City», 영상설치, 가변크기, 2014



백정기 «The Palimpsests of The City»일부, 영상설치, 가변크기, 2014


백정기 «The Palimpsests of The City»일부, 영상설치, 가변크기, 2014


백정기 «RMP_2014 주행보고», 비디오, 11시간 40분, 2014








다프네 난 르 세르장
[
비디오] Daphné Nan Le Sergent
www.galeriemetropolis.com/documents.htm

비평글
다프네 난 르 세르쟝은 파리
8대학에서 사진을 가르치면서 schize와 경계란 관념을 중심으로 예술적 및 이론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09년 파리의 라흐마땅 출판사에서 “전환점을 이루는 이미지 혹은 한 시선 이야기”란 책을 출판한 그녀는 AICA 회원이다. 예술가로서 그녀의 작업은 갤러리 메트로폴리스에 의해 소개되며, 그녀의 비디오는 꼴렉티브 쥔느 씨네마에 의해 보급된다.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 입양된 그녀는 한국의 정치적 분단이란 문제를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다룬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이별과 탈근(뿌리뽑힘)의 관점이 아니라 아시아적 외양과 프랑스 국적 간의 분열이 주는 경험적 관점이다.
경계란 것도 지정학적 관점만이 아니라 각 개인에게 고착된 것이란 관점에서 제시된다. 이것은 분할된 영토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제스처와 자의식에 미칠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다프네 난 르 세르장의 작업은 그것이 주관성의 ‘연결’ 즉 내적 인식과 외화된 불안 사이에서 항상적인 이동을 작동시킨다는 점에서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것은 사물 - 여기서는 만물 - 의 이미지의 보유로서의 기억과 연계된 확실성의 약화다. 이 기억은 단어와 현실 간의 경계를 이루는 ‘가장자리에서 가장자리로’ 미끄러지는 것처럼 항구적인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상을 통해서건 형식적인 측면을 통해서건 그녀의 사진, 데생, 비디오, 설치물이 집중적으로 다루는 문제는 기억, 느낌, 흐릿함, 상상물 및 현실 포착 등이다.


다프네 난 르 세르장, 슬픈 사드
다프네 난(NAN) 르 세르장은 ‘130주년 한불 수교 행사’와 관련해서 가장 상징적인 예술가 중의 한 명이자, 이번 '0상실록' 저자 중 유일한 홍일점이다. 그는 한국 입양아 출신의 프랑스인이며 작가 활동과 함께 파리 8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한국 본명 ‘배난희’에서 난초를 의미하는 ‘NAN’(蘭)이라는 글자가 그의 프랑스 이름에 들어 있다. 사군자 중의 하나인 난초는 역경 속에서도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는 절개와 품위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꽃으로, 작가를 잘 상징한다.
그가 이번에 출품한 작품 중에 ‘사드’<SHAAD : Sad High Altitude Area Defense) 2016>는 한국에 대한 그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듦과 동시에 감동시킨다. ‘사드’(THAAD :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언어유희[동음이의어]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해방 후 한반도 분단 상황을 연상시키며, 고래 싸움에서 한국을 보호하고 싶은 작가의 애정 어린 손길이 느껴진다. 배경이 되는 지도는 일제 강점기가 극에 달했을 때의 독일 지도로, 일제나 외국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손으로 감싸고 있다. 이처럼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쟁과 폭력의 위험 아래 있는 모든 나라와 희생자를 예술가의 손을 드리워 보호하고 치유하려는 마음은 예술의 가장 근본적이며 숭고한 본질이기도 하다. (심은록)


Daphne Nan Le Sergent, «SHAAD» (Sad Hight Altitude Area Defence)
2016, photography, 30x38cm 


Daphne Nan Le Sergent, «Burn out», 2016, Photography/drawing, 48 x 68 cm


Daphne Nan Le Sergent, «Diagonal axis of time», 2012, Photography-drawing, 40 x 50 cm


Daphne Nan Le Sergent, «Reset», 2014, gum birchromate/digital print, 40 x 63 cm


Daphne Nan Le Sergent, «Behind the gesture», 2013, installation, Metropolis Gallery, Paris


Daphne Nan Le Sergent, «Leviathan», 2015, Photograhpy/drawing, 18x26cm